베이킹을 시작하면 가장 먼저 필요한 재료 중 하나가 바로 밀가루입니다. 그런데 단순히 ‘밀가루’라고만 알고 아무 밀가루를 사용한다면 결과물이 생각대로 안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밀가루는 크게 강력분, 중력분, 박력분으로 나뉘며, 이들을 나누는 기준은 글루텐 함량과 입자, 흡수율 등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리고 이렇게 달라진 밀가루는 각각 다른 용도로 사용됩니다. 이번에는 이 세 가지 밀가루의 차이점과 각 밀가루가 베이킹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강력분의 특징과 베이킹에 미치는 영향
강력분은 나머지 둘 보다 가장 글루텐 함량이 높은 밀가루로, 주로 단백질 함량이 11~13% 정도입니다. 다른 밀가루보다 입자가 거칠고 흡수율이 높기 때문에 반죽이 쫄깃하고 탄력이 잘 생깁니다. 주로 식빵, 바게트, 피자 도우 등 구조감과 쫀득한 식감을 살리기 위한 제품에 널리 사용됩니다.
베이킹에 있어 강력분은 반죽을 치댈 때 더욱 강한 글루텐 조직이 형성되어, 팽창력과 조직 유지력이 가장 우수한 밀가루입니다. 이 때문에 오랜 시간 발효가 필요한 천연 발효빵이나 이스트를 사용하는 제품에 가장 많이 쓰입니다. 다만 케이크나 쿠키 등 부드럽고 포슬포슬한 질감을 원하는 제과류에는 잘 안 쓰이지만 쫀득한 쿠키를 원할 경우 박력분과 함께 쓰이기도 합니다. 강력분을 부적절하게 사용할 경우, 딱딱하거나 질긴 질감이 나타날 수 있어 함부로 레시피를 바꾸는 건 위험할 수 있습니다.
또한, 강력분은 수분을 잘 흡수하기 때문에 반죽 시 수분 조절이 중요하며, 이로 인해 레시피를 잘 따르지 않으면 원하는 결과물이 나오지 않을 확률이 높습니다. 하지만 장시간 발효와 높은 오븐 온도로 굽는 제품에 적합한 밀가루입니다.
중력분의 특징과 베이킹에 미치는 영향
중력분은 강력분과 박력분의 중간 정도의 글루텐 함량을 가진 밀가루로, 단백질 함량은 약 9~11% 정도입니다. 입자 크기와 글루텐 형성 정도가 중간이기 때문에 다양한 용도로 두루두루 쓰이는 ‘올퍼포즈(all-purpose)’ 밀가루입니다. 가정에서 가장 흔히 사용되는 밀가루도 바로 이 중력분입니다.
중력분은 빵보다는 주로 팬케이크, 머핀, 간단한 쿠키, 만두피, 부침개, 전 등 다양한 요리와 제과제빵에 두루 활용됩니다. 너무 질기지도 않고 너무 부드럽지도 않은 중간 질감이 특징이며, 비교적 다루기 쉬운 밀가루입니다.
베이킹에 사용할 경우, 중력분은 발효빵보다는 베이킹파우더나 베이킹소다 등을 이용한 빠른 발효 제품에 주로 쓰입니다. 반죽의 조직감이 적당하고 크게 부풀어 오르지는 않지만, 일상적인 베이킹에는 충분히 활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미국식 레시피에서 언급되는 'all-purpose flour'는 대부분 중력분을 의미하므로 외국 레시피를 사용한다면 이 점을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또한, 밀가루를 섞어서 사용하는 복합 레시피에서도 중력분은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케이크에 강력분을 소량 섞어 단단함을 더하거나, 반대로 부침에 박력분을 일부 추가하여 부드러운 식감을 만들 수 있습니다.
박력분의 특성과 베이킹에 미치는 영향
박력분은 글루텐 함량이 가장 낮은 밀가루로, 단백질 함량이 약 7~9%에 불과합니다. 입자가 곱고 부드러우며, 반죽 시 글루텐 형성이 거의 일어나지 않아 조직이 가볍고 부드러운 것이 특징입니다. 이 때문에 케이크, 쿠키, 타르트, 머랭 등 섬세하고 부드러운 식감을 강조하는 제과류에 가장 많이 쓰입니다.
박력분을 사용하면 반죽이 잘 늘어나지 않으며, 부드럽고 가벼운 질감을 가질 수 있습니다. 쿠키의 바삭함, 케이크의 폭신함을 살리는 데 쓰면 가장 좋습니다. 특히 스펀지케이크나 시폰 케이크는 박력분을 사용했을 때 가벼우면서도 부드러운 텍스처를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글루텐 형성이 약해 반죽을 과도하게 치대면 쉽게 뭉개지고 질감이 무거워질 수 있습니다.
또한, 박력분은 수분 흡수율이 낮기 때문에 반죽 시 과도한 물 사용을 피해야 하며, 강력분과 같이 계량을 정확하게 해야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중력분이나 강력분을 대체해서 사용할 경우, 결과물의 식감이나 부피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박력분은 용도에 맞게 사용해야 하며, 일부 전문 베이킹에서는 밀가루를 블렌딩 하여 중간 식감을 조절하기도 합니다.
밀가루는 모두 같아 보이지만, 강력분, 중력분, 박력분은 각기 다른 특성과 용도를 가진 재료입니다. 강력분은 쫄깃함과 구조감을, 중력분은 다용도성과 무난한 질감을, 박력분은 부드럽고 섬세한 조직을 만들어냅니다. 베이킹의 결과는 밀가루 선택에 따라 크게 달라지므로, 자신이 만들고자 하는 제품의 특성을 고려하여 적절한 밀가루를 선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앞으로 베이킹을 할 때 어떤 밀가루를 쓰는지 보고 결과물의 식감을 예측해 보시길 바랍니다.